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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원고

사전 성교육 중요하게, 임신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08/06/13 15:42 | 이명희 | 조회 4169 | 댓글 0
사전 성교육 중요하게, 임신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류태영 박사의 유대인의 교육 이야기(34)

사전 성교육 중요하게, 임신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엄마 아이는 어떻게 만들어요?” “어디로 나와요?”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난처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이와같이 시작되는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에 대한 교육일 것이다.

유아에서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이 많이 있지만 막상 아이들의 물음에는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부모들은 대충 얼버무리기 일쑤다.

“그건 몰라도 돼. 엄마처럼 크면 알수 있어”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단다.” “배꼽으로 낳았단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답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궁금증만 더 일으키게 마련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성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 빠져들기 쉽다.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은 다른 서구와 마찬가지로 남녀관계가 무척 개방적이다. 그들은 만 18세만 되면 남녀 모두 군복무를 하는데 실제적인 모든 인생공부는 군에서 마스터한다고 공공연히 이야기 한다. 종교적이 아닌 젊은이들은 약혼 후 곧장 동거생활에 들어가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고 서로 사랑한다는 확인만 되면 동거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러한 그들의 풍속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대학 기숙사이다. 이스라엘의 대학 기숙사는 한 건물에 남자층, 여자층으로 층만 구분하여 함께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남녀가 방을 따로 쓰지만 일상생활은 마치 한 식구처럼 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으나 그들은 부모건 학교건 예사로 생각한다. 어느 학생들은 결혼하여 애까지 낳아 기르며 학교생활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성범죄나 미혼모 문제가 아주 미미한 것은 어려서부터 비롯되는 성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유태민족에게는 일부일처제가 합법화되기 전까지 일부다처제가 용인되는 가부장적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그들의 옛 전통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테마니’라고 하는 예멘에서 이민 온 유태인들인데 이들의 초대를 받아 그 이민촌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예루살렘에서 서쪽 약 50리 떨어진 그 마을은 우리 농촌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늑했다. 조금 이상한게 있다면 같은 자매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세 여자가 항상 집 주인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점이었다. 한 여자는 오십세쯤, 또 한 여자는 사십여세쯤, 그리고 다른 한 여인은 삼십여세쯤의 젊은 여자였다. 그래서 턱수염을 곱게 기른 50대 주인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이렇게 친척들 하고 사시니 좋으시겠습니다.” “천만예요. 다 제 처입니다.” “아니, 처라니요?” “예, 다른 사람들은 너댓명씩 되는데 저는 능력이 부족해서 겨우 셋 뿐입니다.”
“그럼, 아이들은 몇이나 두셨습니까?” “아들 셋, 딸이 여섯입니다.” “어휴, 그럼 키우시기가 꽤 힘드시겠습니다. 저는 겨우 둘인데도 애를 먹는데....”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아이를 낳았습니까?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하나님이 다 먹여 주십니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를 보십시오. 어디 굶어 죽는 걸 보셨습니까? 다 그렇게 하나님이 먹여 주시는 법입니다.”

그의 처들은 서로 언니, 동생으로 호칭하고 있었는데, 첫째는 집안의 어른으로서 명예를 둘째는 재정권을 셋째는 남편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사이좋게 지내는 것 같으면서도 어떤 때는 마치 이스라엘의 국경처럼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한다고 주인은 귀뜸했다.
오늘날 유태인의 결혼 절차는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 50년 전만 해도 ‘모악’이라는 결혼지참금을 신랑이 신부댁에 지불해야만 했다. 지금은 ‘모악제도’도 찾아보기 힘들고 부모 허락 없이 본인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정통파 유태인들은 딸이 반드시 유태인에게 시집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딸이 이교도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될 경우 그 날 그 집에서는 딸의 장례식을 치루며 온 식구가 슬퍼한다. 그 후에는 딸이 아무리 찾아와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르고 애원해도 대답하지 않는다. 정말 딸이 죽은 것으로 취급하는 엄한 풍습이 아직도 있다.

이스라엘의 결혼 풍속도는 그들의 인종만큼이나 다양하다. 아직도 일부다처제를 계승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엄격한 율법대로 이른 나이에 부모의 뜻에 따라 짝을 맺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결혼에 있어 자유롭다. 그만큼 이성간 관계도 자유롭다. 그들은 20대가 되면 자유연애결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성문화가 빨리 개방되고 있다. 이혼률과 미혼모의 수만으로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들의 몰이해와 무관심 속에서 홀로 생각하고 상상한다. 그리고 그들은 컴퓨터, 비디오를 통해서 일그러진 성과 무차별적으로 접촉하게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부모들은 성교육에 관한 한 아이들에게 절대로 호기심이나 쓸데없는 상상을 하지 않도록 단호하게 가르친다. 모든 질문에는 짧고 간결하게 사실만으로 답한다.

“만약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육체관계를 가져도 괜찮아. 하지만 매독이나 임질 같은 성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넌 그 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잘 모르겠지만 잘못 걸리면 코가 썩어 문드러지기도 하는 병이지.”
“그래 네가 임신하는 것은 상관없어. 네 자유니까. 하지만 임신을 하면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 그리고 너는 그 아이를 업고 학교로 가야 한단다.”

이스라엘의 대학에는 한 때 영어로 ‘하우스 마더’라는 아줌마가 기숙사 한 구석에 살았다. 학생이 임신할 경우 그 학생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돌보아 주는 사람이다. 결혼 할 수없는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입양기관을 통하여 새 부모를 만나게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전 성교육이지만 이후에도 배려를 아끼지 않는 이스라엘의 풍토는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글_류태영(히브리대학 사회학박사, 건국대 부총장 역임, 농촌.청소년 미래재단 이사장)

2007/11/24 경기복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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